도시를 떠나 시골로 이주해 농장을 시작하는 삶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선택이 되고 있습니다. 더 느리고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자신이 직접 재배한 농산물로 생계를 꾸려나간다는 꿈은 책이나 TV 프로그램을 통해 자주 미화되곤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훨씬 복잡합니다. 많은 노동, 사업 전략,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이 글에서는 도시의 사무직을 그만두고 전업 농부로 전환해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농산물 직거래(DTC, Direct-To-Consumer) 사업을 시작한 한 사람의 실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현재 창업 3년 차에 접어든 이 사례는 단순한 도전뿐 아니라, 실제 수익 구조와 효과적인 전략, 배운 교훈까지 함께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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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도시 사무실에서 시골 들판으로
10년 넘게 직장 생활을 이어오던 김 씨(실명 비공개)는 오랜 꿈이었던 귀농을 실현하기로 결심했습니다. 40대 초반이던 그는 아내와 함께 한국의 한 농촌 마을로 이주했고, 첫 작물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농업 관련 학위나 가족 농장은 없었지만, 자립 가능한 삶을 만들고 지역 식품 시스템의 가치를 믿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1년 차: 땅과 시장을 배우다
첫 해는 시행착오의 연속이었습니다. 김 씨는 상추, 시금치, 오이, 고추 등 계절 채소를 다양하게 재배했고, 이를 지역 장터와 도매상에 판매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수익률이 낮고, 소규모 농장에는 요구되는 물량이 너무 많아 지속이 어려웠습니다.
곧 그는 “농사만으론 생계가 어렵다”는 현실을 깨닫고, 생산과 유통을 모두 직접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됩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바로 직거래 방식, 즉 중간 유통을 생략하고 소비자에게 신선한 농산물을 직접 배송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직거래가 소농에게 유리한 이유
소규모 농가는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함으로써 유통 마진 없이 더 많은 수익을 남길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중간 상인에게 30~50%의 수익을 넘겨야 하지만, 직접 판매 시 고객과의 관계를 기반으로 가격, 포장, 브랜딩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습니다.
김 씨는 이를 위해 간단한 쇼핑몰 웹사이트를 구축하고, SNS 계정과 블로그를 개설해 자신의 농사 이야기를 공유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투명성과 진정성을 중심으로 콘텐츠를 구성했고, 고객들이 ‘내가 먹는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에 대해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2년 차: 고객 기반과 브랜딩 구축
두 번째 해는 도전과 성장의 시기였습니다. 김 씨는 계절 농산물을 조합한 정기 배송 박스를 운영하기 시작했고, 매주 구독 고객에게 직접 배달했습니다.
입소문, 인스타그램에 올린 농장 작업 사진, 작황 진행 상황을 담은 블로그 등으로 마케팅을 이어갔고, 실패했을 때는 숨기지 않고 진실하게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투명한 접근은 고객의 신뢰와 충성도를 높이는 데 매우 효과적이었습니다.
해가 중반에 이르렀을 무렵, 김 씨는 약 60명의 정기 고객을 확보했고, 이들은 주당 약 25달러(약 3만 원 상당)를 지불했습니다. 이는 주당 약 150만 원, 월 평균 약 600만 원의 매출로 이어졌습니다. 물론 순이익은 그보다 적었지만, 생활비와 농장에 필요한 기초 투자금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습니다.
가공식품으로 수익 다변화
김 씨의 큰 전환점 중 하나는, 여분의 작물을 활용해 가공식품을 개발한 것이었습니다. 토마토를 말려 포장하거나, 고추로 고추장을 만들고, 무를 절여 피클로 가공하는 식이었죠.
이러한 제품은 유통기한이 길고, 수익률이 높으며, 수확기 외에도 판매를 이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그는 지역 식품 위생 연구소와 협업해 안전 기준을 충족시켰고, 친환경 포장을 도입해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했습니다. 이 제품들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추가 옵션으로 제공되며, 고객 평균 주문 금액을 크게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커뮤니티와 교육 활동
성장의 또 다른 축은 지역 커뮤니티와의 관계였습니다. 김 씨는 소규모 농장 투어나 유기농 교육 워크숍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이 활동들이 큰 수익을 내진 않았지만, 브랜드 인지도와 고객 충성도 구축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많은 참가자들이 정기 고객이 되었고, 입소문을 내는 홍보 대사 역할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지역 학교와 협업해 농업 및 지속가능성에 관한 교육 키트를 제공하면서, 단순한 농장이 아닌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사업’으로 포지셔닝할 수 있었습니다.
3년 차: 실제 수익과 사업의 지속 가능성
3년 차에 접어들면서, 김 씨의 농장 운영은 더욱 체계적이고 수익성 높은 구조로 성장했습니다. 주요 작기에는 100명 이상의 고객을 대상으로 정기 배송을 운영했고, 비수기에는 절임류, 장류, 새싹채소 등을 판매하며 40~50명의 고객을 유지했습니다.
월평균 매출 구성 (성수기 기준)
- 신선 농산물 정기배송: 250만~300만 원
- 가공식품(고추장, 절임류 등): 120만~180만 원
- 농장 투어 및 워크숍: 50만~80만 원
- 오프라인 마켓 부스(계절 운영): 30만~60만 원
- 총 매출: 약 500만~600만 원
여기서 종자, 유기비료, 포장재, 운송비, 아르바이트 인건비 등을 제외한 실제 순수익은 약 250만~300만 원 수준이었습니다. 이 수익은 도시 직장인 시절보다 적지만, 김 씨는 훨씬 더 건강하고 만족스러운 삶, 그리고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얻었다고 말합니다.
도전과 배운 점
물론 쉬운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날씨 변화, 병충해, 유기농 자재 가격 상승, 수확철 과로 등 수많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김 씨는 “일의 속도를 조절하고, 작물 순환 계획을 세우고, 지역 농가와 연대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그가 예비 창업자에게 주는 조언
- 처음엔 작게 시작하고 꾸준하게 하세요.
- 수입과 지출, 작업 시간을 철저히 기록하세요.
- 진정성 있게 소통하세요. 당신의 이야기가 가장 큰 마케팅입니다.
- 커뮤니티를 만드세요. 고객은 신뢰하는 사람에게 충성합니다.
마무리하며
농산물 직거래 사업은 단기간에 돈을 버는 수단은 아닙니다. 하지만 명확한 목표, 탄탄한 실행력, 지역과의 연결을 기반으로 한다면, 삶의 만족과 수익을 동시에 가져다줄 수 있습니다.
김 씨의 사례는, 전문적인 교육이나 농지를 물려받지 않았더라도 현대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식의 농업 창업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투명성, 품질, 고객과의 연결을 우선시한다면, 소규모 농부도 몸과 마음을 모두 풍요롭게 만드는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떤 작물이나 제품으로 농장 또는 DTC 브랜드를 시작해보고 싶으신가요? 댓글로 여러분의 생각을 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