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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 기초 지식

도자기 색이 변하는 이유, 유약과 불이 만든 자연의 미묘한 변화

by 다정한스푼 2025. 7. 19.

유약에 따른 색상 변화 도자기
구운 도자기 이미지

이미지 출처 : ChatGPT 생성 이미지

 

도자기 색이 변하는 이유

도자기는 처음 구웠을 때와 시간이 지난 후 색이 달라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빛의 착각이 아니라, 유약 성분의 화학반응이나 외부 환경에 따른 변화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특히 산화와 환원이라는 소성과정, 유약에 포함된 금속 산화물의 종류, 그리고 보관하는 장소의 온도나 습도까지도 도자기의 색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도자기 색이 변하는 다양한 원인을 과학적 원리와 함께 설명하고, 예술적인 해석까지 덧붙여 그 매력을 다시 바라보게 합니다.

도자기의 색은 왜 바뀌는 걸까?

도자기를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으면 어느 순간 문득 색이 처음과 조금 다르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어떤 것은 색이 더 깊어지고, 어떤 것은 흐릿해지거나 얼룩이 지는 듯한 변화를 보이기도 합니다. 도자기는 완성된 순간부터 ‘변화’가 시작되는 작품입니다. 이 변화는 오염이나 손상이 아니라, 도자기 자체가 환경과 교감하며 만들어내는 새로운 색의 여정일 수 있습니다. 색의 변화는 예술적 표현으로 볼 수 있지만, 때로는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궁금증과 불안함을 동반하기도 합니다. “이거 왜 누렇게 변했지?”, “유약이 벗겨진 걸까?”, “이건 실패작이었던 걸까?” 같은 의문이 생기지요. 그러나 도자기의 색 변화는 대부분 자연적인 원리와 깊은 관련이 있으며, 그 이유를 이해하고 나면 오히려 더욱 풍부하게 감상할 수 있게 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도자기의 색이 변하는 이유를 과학적, 재료적, 환경적 측면에서 하나씩 살펴보고자 합니다. 고온에서 일어나는 산화·환원 반응, 금속 성분의 작용, 그리고 장기간 보관이나 실생활 사용 속에서 발생하는 변화까지… 복잡한 개념을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색의 변화에 숨겨진 과학적 배경

1. 유약 성분에 따른 반응
도자기 표면에 입혀지는 유약은 단순한 색칠이 아닙니다. 유약에는 철, 구리, 코발트, 망간 등의 금속 산화물이 포함되어 있어요. 이 성분들이 가마 속 고온 환경에서 화학반응을 일으키며 색을 만들어내는데, 반응 조건에 따라 전혀 다른 색을 띨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구리는 산소가 많은 환경(산화)에서는 녹색을, 산소가 적은 환경(환원)에서는 붉은색을 내는 성질이 있습니다.

2. 소성 환경(산화 vs 환원)
가마에서 도자기를 구울 때의 공기 상태는 색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산화 소성’은 공기가 자유롭게 순환되는 상태로, 밝고 선명한 색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환원 소성’은 산소가 제한된 환경에서 이뤄지며, 어두운 붉은색, 푸른색, 청회색 등이 나오기도 합니다. 이 조건은 미세한 변화만 있어도 색이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도예가는 색을 예측하기 위해 수많은 실험을 반복하곤 합니다.

3. 장시간 햇빛과 습기 노출
완성 후 시간이 흐르면서도 색이 변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이는 주로 유약 표면이 외부 환경의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강한 햇빛은 유약의 금속 성분을 천천히 산화시키고, 습도는 유약의 미세한 균열을 통해 먼지나 기름이 스며들게 만들어 색이 탁해지거나 바래 보이게 합니다. 이 과정은 수개월 혹은 수년이 걸려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변화가 눈에 띄지 않다가 어느 날 갑자기 차이를 느끼게 됩니다.

4. 사용 흔적과 물때
생활 속에서 자주 사용하는 도자기, 예를 들어 컵이나 접시, 찻잔 등은 차(茶)나 커피, 향신료 등에 의해 표면에 착색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유약의 유분 친화력과도 관련이 있으며, 자주 씻지 않거나, 너무 강한 세제로 문지를 경우 색이 변하거나 얼룩처럼 남는 일이 생깁니다. 이 경우 도자기의 표면에 흠집이 생기면서 새로운 색 변화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도자기 색 변화, 예술과 자연의 경계

도자기의 색이 변한다는 것은 ‘불완전함’이 아니라, ‘살아있음’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시간, 온도, 빛, 공기, 그리고 사용자의 손길이 더해져 도자기는 스스로의 얼굴을 조금씩 바꿔나갑니다. 이러한 변화는 오히려 정적인 예술품보다 더 생생하고, 감정이 담긴 오브제로 느껴지게 하지요. 물론, 변화의 원인을 모르면 당황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과학적 배경을 알고 나면, 도자기의 색 변화는 단순한 노화가 아닌 ‘또 다른 탄생’처럼 느껴집니다. 특히 공방에서 도자기를 만드는 분들이라면 이런 변화의 이유를 이해함으로써 재료 선택과 소성 계획에도 더 깊은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도자기의 색은 고정된 것이 아닙니다. 보는 사람의 시선과 환경, 시간이 만나며 끊임없이 새로워지는 존재입니다. 그 속에 깃든 시간과 변화의 흔적을 하나의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야말로 도자기를 감상하는 진짜 방법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