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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여인들은 어떤 도자기를 썼을까?

by 다정한스푼 2025. 7. 23.

 

조선시대 여인들은 어떤 도자기를 쓰며 삶을 꾸렸을까요? 궁중의 왕비부터 평범한 아낙네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손에 쥐어졌던 도자기는 삶의 일부분이자 아름다움의 표현이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역사적 기록과 유물 자료를 바탕으로 조선시대 여성들이 사용했던 도자기의 종류와 쓰임, 그 안에 담긴 정서와 문화를 살펴봅니다.

손끝의 그릇, 마음의 그릇

조선시대 어느 봄날, 햇살이 들이치는 사랑채 마루에 앉은 여인이 백자 찻잔에 연초록 차를 따라 조심스레 내놓습니다. 바로 그 잔이, 우리가 오늘 이야기할 도자기의 주인공입니다. 도자기는 단지 물건이 아닙니다. 그 시대 여인들의 삶, 가치관, 취향까지도 고스란히 담겨 있는 생활유물입니다. 궁중에서 쓰이던 화려한 청화백자부터 서민이 애용하던 투박한 분청사기까지, 도자기는 여인의 일상과 품격을 함께 만들었습니다. 조선시대 여인들이 썼던 도자기에는 그들의 삶의 모습이 은은하게 배어 있습니다. 지금부터, 시대별・계층별・공간별로 그들이 실제로 사용했던 도자기의 종류와 쓰임을 함께 들여다보겠습니다.

조선시대 여인의 다도
다도

이미지 출처 : ChatGPT 생성 이미지

계층과 공간에 따라 달라진 도자기의 풍경

1. 궁중 여인들의 선택 – 청화백자와 용문양 그릇
왕비나 후궁 등 궁중 여인들이 사용한 도자기는 대체로 정제된 백자 또는 청화백자였습니다. 특히 연꽃, 봉황, 구름무늬 같은 길상 문양이 그려진 그릇은 지위와 기품을 상징했지요. 청화백자는 중국에서 유입된 기술로 푸른빛 안료로 그림을 그린 백자입니다. 주로 진귀한 차, 음식, 약재 등을 담는 데 쓰였으며 정갈한 곡선미가 돋보이는 잔과 접시가 남아 있습니다.

2. 양반가 규수의 다기 – 절제된 백자의 멋
양반가 여성들은 비교적 단아한 백자를 즐겨 썼습니다. 특히 유백색이나 회청빛 도자기가 선호되었으며, 찻잔, 약탕기, 정갈한 반상기 등이 대표적입니다. 양반 여성들의 생활은 격식을 중시했고, 그에 어울리는 담백한 도자기가 일상에 녹아 있었습니다.

3. 서민 여성들의 일상 – 분청사기와 옹기
일반 서민층 여성들은 분청사기나 옹기를 사용했습니다. 분청사기는 철화 문양이나 조화기법 등으로 꾸민 장식이 특징입니다. 식기를 비롯해 물병, 뚝배기 등 실용적인 도자기로 활용되었고 지역에 따라 소박하면서도 생동감 있는 형태를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아이들을 위한 죽그릇, 어르신께 내는 약탕기 등도 분청사기 형태로 남아 있지요.

4. 사대부가의 예절 – 도자기의 격식과 의미
사대부 여인들은 외부 손님을 대접할 때 자신의 교양과 가문의 격을 보여줄 수 있는 그릇을 선택했습니다. 계절마다 달리하는 반상기 구성, 여름철엔 넓은 백자 대접, 겨울엔 단단한 회백색 찻잔 등 섬세한 선택을 통해 도자기가 문화의 일부로 기능했습니다.

그들의 그릇, 오늘의 감성

조선시대 여인들이 사용한 도자기는 단지 물건을 담기 위한 그릇이 아니었습니다. 그 안엔 계절, 관계, 감정, 그리고 품위가 담겨 있었습니다. 흰색 백자 한 점에도 절제와 단아함이 깃들어 있었고, 분청사기 위엔 아이를 위한 죽 한 그릇의 따뜻함이 담겨 있었지요. 오늘날 우리가 쓰는 도자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릇 하나, 찻잔 하나에도 취향이 있고 태도가 있으며, 그 속엔 나의 이야기가 담깁니다. 조선 여인들이 그랬듯 우리 역시 그릇을 통해 마음을 전하고 있지는 않을까요? 조용히, 그러나 깊이. 그녀들의 손끝에 담겼던 도자기의 미학은 지금도 우리 삶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