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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체작품으로서 도예의 공간감 이해 (내부, 외부, 구조)

by 다정한스푼 2025. 7. 14.

청자 투각 칠보 무늬 향로
청자 투각 칠보무늬 향로

*이미지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 (http://www.museum.go.kr)

 

도예는 단순히 평면 위에 조형하는 것이 아니라, 흙이라는 물질을 통해 공간을 창조하는 입체 예술입니다. 특히 입체작품으로서의 도예는 내부와 외부의 관계, 그리고 전체 구조의 구성에 따라 작품의 의미와 감성이 달라집니다. 이 글에서는 도예의 공간감 표현에 대해 ‘내부’, ‘외부’, ‘구조’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심도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이를 통해 입체 도예가 어떻게 공간과 감각을 다루는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내부: 비어 있음이 곧 의미가 되는 공간

도예에서 ‘내부’는 단순한 빈 공간이 아니라, 작품의 기능성과 감성을 동시에 표현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컵, 그릇, 항아리, 병 등 대부분의 도자기 형태는 내부 공간을 갖추고 있으며, 이 공간은 외형만큼이나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내부는 물리적으로는 비어 있지만, 그 안에는 담길 대상에 대한 상상, 사용자의 손길, 숨겨진 감정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항아리의 내부 공간은 단순히 저장 용도를 넘어서, 안정과 포용의 이미지를 전달합니다. 특히 전통 도자기에서는 넉넉한 부피감을 통해 정신적 여유와 내면의 평화를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현대 도예에서도 내부는 시각적 완성도의 한 부분으로 작용하며, 일부 작가는 내부를 열어 보이거나 비정형적으로 왜곡시켜 감성적 메시지를 전하기도 합니다.

내부 공간은 외형과의 비례, 깊이, 곡선 처리에 따라 시각적 무게 중심을 결정짓기도 합니다. 도자기에서 내부는 단순한 ‘안쪽’이 아니라, 형식과 감성, 기능을 동시에 담는 공간입니다. 입체 조형에서 이처럼 ‘비어 있음’은 또 하나의 ‘채움’으로 작용하며, 전체 조형미와 의미를 풍부하게 만듭니다.

외부: 시선과 만나는 첫인상, 조형의 얼굴

도예의 외부는 시각적으로 가장 먼저 인식되는 영역이자, 작품의 인상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외부 표면은 형태의 실루엣뿐 아니라 유약의 질감, 색채, 장식 기법 등이 집약되어 나타나는 조형의 중심입니다. 이 외부 공간은 단순히 감상을 위한 대상이 아니라, 작품과 관람자의 상호작용을 유도하는 매개체이기도 합니다.

곡선의 흐름, 입구의 넓이, 목의 길이, 몸체의 팽창과 수축—all of these combine to create a rhythm that leads the viewer's eye naturally along the object. 특히 물레 성형을 통해 만들어진 정교한 곡선은 외형을 더욱 유려하게 만들고, 무광이나 유광의 유약 처리 방식은 촉각적 감각까지 불러일으킵니다. 또한, 표면에 새겨진 문양이나 텍스처는 시각적 깊이감을 주며, 감각적 경험을 강화시킵니다.

외부는 형태뿐 아니라 사용자의 시선과 감정이 머무는 공간입니다. 외형의 조형성이 강할수록, 내부의 감각도 달라 보일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비례 이상의 조형적 관계를 보여주는 예로, 외부와 내부는 하나의 유기적 구조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즉, 외부는 도예가의 의도와 철학이 가장 먼저 드러나는 ‘얼굴’이자, 감각적 공간을 여는 열쇠입니다.

구조: 내부와 외부를 잇는 보이지 않는 힘

도예 작품의 구조는 형태와 공간을 지탱하고 연결하는 숨겨진 뼈대입니다. 구조가 안정적이지 않으면, 어떤 조형도 의미를 가지기 어렵습니다. 특히 입체작품으로서의 도예는 시각적 균형뿐만 아니라, 실제 물리적 안정성도 중요합니다. 이는 곧 형태의 조화, 무게 중심, 재료의 물성, 소성 후 수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몸체가 넓고 목이 가느다란 항아리는 구조적으로 무게 분산이 어려워 균형을 잡기 어렵습니다. 이때 작가는 흙의 성질과 두께, 건조 상태를 고려해 구조를 설계해야 하며, 물레 성형이나 핸드빌딩 과정에서 세심한 조정이 필요합니다. 또한 구조는 단순한 물리적 지탱뿐 아니라, 조형적 흐름과 감성적 응집력을 결정짓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현대 도예에서는 이러한 구조를 의도적으로 해체하거나 왜곡하는 시도도 활발합니다. 비정형 구조를 통해 관념을 흔들고, 감각을 도전하게 하는 작품들이 그 예입니다. 구조는 보이지 않지만, 도자기라는 매체를 입체 조형으로서 성립하게 하는 결정적 원리입니다.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고, 감성과 이성을 통합하는 도예의 ‘숨은 힘’이 바로 구조입니다.

도예는 형태만이 아니라 공간을 다루는 예술입니다. 내부는 감성을 담고, 외부는 감각을 자극하며, 구조는 그 모든 것을 조화롭게 연결합니다. 입체작품으로서의 도예는 단순한 공예가 아닌 공간예술이며, 조형과 공간이 만나는 감성적 무대입니다. 도자기를 바라볼 때, 형태 너머의 공간감에 주목해 보세요. 당신의 시선 속에 새로운 깊이가 열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