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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와 음악가의 닮은점: 반복, 리듬, 숙련이라는 공통의 언어

by 다정한스푼 2025. 7. 29.

 

반복, 리듬, 숙련이라는 공통의 언어

도예가와 음악가는 언뜻 전혀 다른 분야처럼 보이지만, 그들의 창작 과정에는 놀라울 정도로 많은 공통점이 존재한다. 흙을 다루는 손과 악기를 연주하는 손은 모두 ‘리듬’과 ‘반복’을 바탕으로 하고, 오랜 ‘숙련’과 ‘청각적 감각’ 또는 ‘촉각적 감각’을 바탕으로 작품을 완성한다. 이 글에서는 도예와 음악이라는 예술 장르가 어떤 방식으로 유사한 구조를 갖고 발전해 왔는지를 분석하고, 창작의 근본에 대해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시각을 제시한다.

다른 손, 같은 원리: 예술 창작의 기저 구조

흙을 만지는 손과 현을 튕기는 손, 한쪽은 조용한 작업실에 있고 다른 한쪽은 연주홀에 있다. 하지만 그들의 하루는 놀랍도록 비슷한 구조를 따른다. ‘반복’, ‘리듬’, ‘숙련’이라는 키워드는 도예가와 음악가 모두의 삶을 지탱하는 축이다. 겉으로는 다르게 보일 수 있지만, 예술적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내부 메커니즘은 유사한 패턴과 원리를 따르고 있다. 도예가는 동일한 형태의 그릇을 수십 번, 수백 번 반복해서 만든다. 매번 흙의 상태가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에 감각적으로 균형을 조절해야 하고, 물레를 돌리는 속도와 손의 압력, 시유의 농도는 마치 악보처럼 정해진 구조 속에서 약간의 여백을 가진다. 음악가 역시 같은 곡을 수없이 반복 연습하고, 매 연주마다 ‘감정’과 ‘기술’의 조율을 다르게 한다. 결과적으로 그들이 다루는 재료는 달라도, 창작의 과정은 매우 닮아 있다. 본 글은 예술을 하나의 ‘작동 구조’로 바라보며, 도예가와 음악가가 어떻게 훈련되고, 창작하며, 감각을 확장해 나가는지를 비교 분석한다. 이를 통해 독자는 도예를 단지 공예의 영역으로, 음악을 단지 청각 예술로 분류하는 고정된 사고를 넘어서, 보다 확장된 예술의 지평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리듬의 도예작품

이미지 출처: ChatGPT 이미지 스타일 참조

리듬과 반복의 훈련, 그리고 창조의 구조

첫째, 도예와 음악은 모두 ‘리듬’ 기반의 예술이다. 도예에서 가장 중요한 행위 중 하나인 물레 성형은 일정한 회전 속도와 손의 압력, 그리고 타이밍이 중요하다. 이것은 음악에서 박자와 리듬을 맞추는 과정과 유사하다. **도예가는 ‘촉각의 리듬’을 타고, 음악가는 ‘청각의 리듬’을 따라간다.** 이는 서로 다른 감각기관을 사용하지만, 뇌의 리듬 인식 구조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과학적으로도 유사성이 존재한다.
둘째, 반복을 통한 ‘근육 기억(Muscle Memory)’의 발달 도예가가 흙을 만지는 감각은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손에 저장된 반복의 기억이다. 이는 피아니스트나 기타리스트가 연주 중 악보를 보지 않고 손이 알아서 움직이는 것과 동일한 메커니즘이다. 신경과학적으로 보면 두 예술가 모두 **기저핵과 소뇌를 중심으로 운동기억을 축적**해 나간다. 반복을 통해 효율적인 신경 회로가 형성되고, 이는 결국 ‘창작을 위한 자유’를 가능케 한다.
셋째, 즉흥성과 유연성의 구조 도예와 음악은 모두 철저한 훈련을 바탕으로 하지만, 실제 창작이나 연주의 순간에는 예측할 수 없는 ‘변화’를 수용한다. 예를 들어, 도예가는 유약의 흐름이나 가마 속 온도에 따라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마주하게 되며, 이를 즉흥적으로 수용하거나 보완한다. 음악가 역시 공연 중 예상치 못한 소리나 환경에 맞춰 연주를 조정한다. **‘예측할 수 없음’을 수용하는 감각**, 이것이 양자의 예술을 풍부하게 만든다.
넷째, 시간성(Time-Based Art)이라는 공통 요소 도예는 완성까지의 시간이 중요하다. 흙을 빚고, 건조하고, 초벌, 시유, 재벌구이까지의 모든 과정은 시간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음악 역시 시간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예술이다. 악보는 정적인 정보지만, 연주가 이루어져야 비로소 살아난다. 두 예술 모두 ‘과정 자체가 예술의 일부’라는 점에서 퍼포먼스적 성격을 갖는다.

 

공예와 음악 사이, 손과 귀로 만든 공통 언어

도예가와 음악가—그들은 서로 다른 도구를 들고 있지만, 본질적으로 같은 ‘감각의 리듬’을 타며 살아간다. 흙은 손끝에서 리듬을 타고 형태를 갖추고, 음은 손가락 끝에서 소리로 피어난다. 그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예술은 ‘시간, 반복, 감각’이라는 공통의 구조 안에서 창작된다. 중요한 점은, 이들 모두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시한다는 것이다. 도자기의 완성은 가마를 열기 전까지 알 수 없고, 음악의 생명은 악보가 아니라 연주에 있다. **‘완벽한 제어가 아닌, 조율과 수용을 통한 완성’**이라는 철학은 현대 예술의 중요한 미학이기도 하다. 이 글을 통해 독자들은 도예를 단지 ‘공예’로, 음악을 단지 ‘연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보다 복합적이고 통합적인 예술 감각으로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란다. 예술은 결국 **감각을 훈련하고 리듬을 배우며, 시간을 따라 걷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 시작은 손끝의 느린 리듬에서 비롯된다.